정말로 가인이 부른 Apple의 가사처럼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고, 갖지 말라고 말하면 더 갖고 싶은 것 같아요.

저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는데요, 게다가 한국처럼 치안이 그렇게 좋지 않은 필리핀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다 보니, 스무살이 넘을 때까지 자유롭게 어디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거나 하는 것도 금지되었습니다.

화장, 짧은 옷, 외출 모두 안 되었구요, 어쩌다 외출을 하게 되면 부모님과 동행하거나, 친구들이랑 만나는 약속이 있으면 아버지가 항상 차로 데려다 주시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데리러 오셨기 때문에 일부러 친구들이랑 헤어지는 시간을 속였던 적도 있었습니다.

또한, 경제관념을 심어주기 위해서 그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타벅스 커피나 던킨도너츠 도넛과 커피는 다 사치라고 절대 그런 프랜차이즈 카페같은 곳에 못 가게 하셔서, 다른 친구들이 스타벅스에서 자바칩 프라푸치노를 사서 마실 때 저는 편의점 300원짜리 커피우유를 마시며 대리만족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렇게 생활하던 제가 딱 한 번 일탈을 감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17살때였어요. 부모님이 나가신 틈을 타 화장을 진하게 하고, 옷도 짧게 입고, 12cm가 넘는 킬힐을 신고 거리를 활보했었죠. 진짜 별 거 아닌데 정말 행복했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 저를 성인으로 착각한 모델하우스 직원에게 끌려들어가 집 계약 직전까지 갔었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구요 ㅋㅋㅋㅋ

대학에 처음 들어가서 공강이란 존재를 처음 만났을 때,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서는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근처 쇼핑몰 화장품 가게, 맥도날드 등등 안 가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 때는 정말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자유롭게 거리를 걸어다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했었죠. 이제 나이가 좀 더 들어서 부모님 터치가 덜해지자, 저도 공강 시간에 더 이상 돌아다니지 않고, 학교 도서관이나 라운지에 남아서 공부를 하거나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아주 가끔은 그 때의 부모님 간섭과 저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자 소확행들이 지금은 그리워지기도 하네요. 이제는 직장인이 되어서 돈은 벌지만, 적금 넣고, 부모님이 출퇴근을 시켜주셔서 기름값 떼고 나면 남은 돈이 별로 없어서 예전처럼 맘 편하게 돈을 펑펑 쓰지는 못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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